과격하기로 악명높은 서부경찰서 강력반 내에서도 위험인물로 유명한 우 형사. 그에게 어느 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대담하고 잔인한 살인사건이 찾아온다. 매번 경찰의 그물망을 피해 유유히 사라지는 용의자는 마치 무능한 경찰을 비웃는 것 같다. 사건 발생 42일, 중요한 정보를 입수해 형사들이 출동하지만, 신출귀몰한 범인은 쉽게 잡히지 않는데.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떠올리면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귓전을 때리고, 귓가를 맴돌며, 몇몇 장면이 곧바로 생각날 것이다. 영화 초반,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 40계단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바짝 조여오는 긴장감과 실체 없는 두려움, 의문과 의뭉이 교차하는 가운데 압도적인 분위기의 음악까지 흐르자 단박에 영화의 무드에 압도된다. 이명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자 미장센의 일부로 음악이 한몫 단단히 한다. 영화 후반부, 다시 한번 동일한 곡이 템포를 달리해 저음으로 육중하게 깔리는 대단원의 빗속 격투 장면은 그야말로 한국 영화 속 명장면, 백미이자 압권으로 꼽힐 만하다.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