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의 딸이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상자 위에서 몸부림 치는 판도라가 등장한다. 밤처럼 어두운 무대 위 검은 장막에 둘러싸인 상자 위에 판도라는 온 몸으로 고뇌하고, 맹수의 울부짖음 같은 폭우 소리가 귀를 때린다. 검은 상자 위 두 여자, 판도라와 피라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나의 사물을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춤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창작과 안무를 전공한 박지현 감독의 작품이다. 리드미컬한 음악과 고도로 짜맞춘 안무는 어둠을 극대화한 세트와 함께 색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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