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뉴웨이브',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이 격동의 이름들이 1990년대 한국 영화를 수식하던 순간들 속에는 오래도록 침묵하던 스크린이 다시 숨을 쉬고, 관객의 마음이 영화관으로 돌아오던 찬란한 부활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한때 '방화'라는 멸칭 속에 외면받던 한국 영화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질적, 양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며, 분석되고 사유되며 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 변화의 파도 속에서 이야기의 그림자처럼 머물던 음악은 어느새 서사의 심장으로 뛰기 시작했고, 한국 영화 OST는 별도의 음반으로 제작되어 대중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몇몇 곡은 라디오를 타고 흘렀고, 몇몇 장면은 그 음악 덕분에 더 오래 기억되었다. 음악가의 이름이 포스터에 오르고 홍보에 이용되기도 했다.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플래시백 1990 섹션은 바로 그 특별했던 시간을 다시 호명한다. 영화를 사랑했던 한 세대의 심장을 뛰게 했던 그 기억을 듣기 위해 우리는 세 명의 특별한 관객을 초대했다. 물리학자 김상욱, 프로파일러 권일용, 건축가 유현준. 한국 영화의 비상을 목격했던 이들에게 음악과 함께 떠올리는 90년대 한국 영화에 관해 물었다. 세 사람이 숙고 끝에 고른 세 편의 영화는 김상진 감독의 유쾌하고도 날카로운 풍자극, '주유소 습격사건', 이명세 감독의 감각적 액션 멜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그리고 허진호 감독의 잊히지 않는 첫사랑의 잔상, '8월의 크리스마스'다. 이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깊은 공감을, 또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의외성을 안겨줄 것이다.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여러분을 이 특별한 회고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세 명의 관객이 들려주는 추억과 음악이 영화의 장면과 함께 각인되던 그 순간을 곱씹는 이 여정 속에서, 당신의 기억 저편 영화음악 한 소절도 다시 빛을 찾게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