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세계 영화사에 기이하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 데이비드 린치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난해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영화를 볼 때, 분석하지 말고, 음악을 느낄 때처럼 경험하라는 조언을 건넨 적이 있다. 린치에게 음악은 이야기보다 먼저 도착해 감각을 흔들고, 논리를 건너뛰어 심연을 두드리는 가장 직관적인 예술의 언어였다. 그는 영화의 음악과 음향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싱글 앨범을 발표했으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과 함께했다.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품은 가수 크리스타벨과의 앨범
Cellophane Memories이기도 하다.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데이비드 린치, 뮤지션 섹션을 통해 거장 감독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음악적 궤적을 따라가고자 한다. 이 섹션은 세 편의 장편과 일곱 편의 단편 그리고 세 편의 뮤직비디오로 구성되어 있다. 세 편의 장편은 린치가 음향 디자이너 앨런 스플렛과 함께 작업한 환각적 사운드가 돋보이며, 린치 자신이 작사한, 라디에이터 속 여인의 노래로도 유명한 In Heaven이 삽입된 '이레이저 헤드', 그의 음악적 동지로 30여 년을 함께 했던 안젤로 바달라멘티와의 첫 협업 작품이자 고요한 공포와 감미로운 멜로디가 교차하는 '블루 벨벳' 그리고 린치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들과 줄리 크루즈의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어우러진 '트윈 픽스: Fire Walk With Me'이다.
일곱 편의 단편은 린치 특유의 불균질하고 이질적인 음악과 사운드를 더욱 자유롭게 사용하며, 시청각적 실험을 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세 편의 뮤직비디오는 '광란의 사랑'의 주제곡을 부르고, '트윈 픽스'에 출연하기도 했던 크리스 아이작, 린치와 초월 명상에 대해 깊은 교감을 나눈 도노반, 그리고 록밴드 인터폴의 실험적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