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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를 발굴하고 담론을 만들어간다
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21-08-11 조회6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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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를 발굴하고 담론을 만들어간다
맹수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인터뷰
빌리 홀리데이, 티나 터너, 밴드 아하, 루카스 그레이엄, 그리고 토킹 헤즈의 보컬 데이비드 번까지. 제17회 제천영화제에서는 우리가 사랑한 해외 뮤지션들은 물론 정태춘과 엄정화, 3인조 국악그룹의 거리 공연기(<상자루의 길>)와 대극장 뮤지컬 실황(<잃어버린 얼굴 1895>)을 모두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합류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탄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장편 62편, 단편 54편을 포함한 25개국 총 116편의 상영작 중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이 많아 하나하나 소개하고 싶다”며 눈을 밝혔다. 그에게 음악영화의 반짝이는 현재에 대해, 그 길목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소망하는 미래에 대해 들었다. 맹수진 프로그래머의 추천작도 함께 전한다.
올해의 슬로건 ‘다짐: BE JOYFUL’에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솔직담백한 포부가 느껴진다.
지난해 영화제 안팎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영화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는 와중 새로운 사무국도 출범했다. 그래서 우리가 잘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도 있지만 ‘다시 짐프(JIMFF)’라는 뜻도 있다. 변화 속에서도 안전하게, 그러면서도 즐거운 영화제를 만들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문화 향유의 즐거움을 관객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한국경쟁부문의 신설이다. 프로그래머로서 경쟁부문의 필요성을 느낀 까닭이 궁금하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음악영화만을 모아놓고 보는 경험을 했다. 본격적으로 음악영화에만 집중한 건 처음이었지만 한국 작품들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에도 한국경쟁부문을 만들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시기상조라는 판단 또한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음악영화의 발전을 위해 영화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왔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다. 그렇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기여하는 동시에 배급의 관점까지 고민하게 되었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영화들이 맘껏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자는 차원에서 한국경쟁부문을 신설하게 되었다.
섹션과 장르를 불문하고 눈에 띄는 경향이 있다.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문화 내부의 혐오와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는 작품들이 많더라.
의도한 건 아니다. (웃음)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 이슈를 다루는 작품들에 좀더 시선이 갔을 수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올해 나온 음악영화들의 경향이 그렇다. 유리천장을 깬 뮤지션들을 다룬다거나, 젠더의 문제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고민해보게끔 하는 영화들이 많다. 영화와 음악 속에서 혐오를 깨면서 나아가려는 건강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 흐름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영화제가 판을 깔았다.
티나 터너를 조명한 개막작 <티나>가 대표적인 예다.
나 또한 티나 터너를 80년대를 대표하는, 사자 갈기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을 가진 터프한 로커로만 봐왔다. 강한 슈퍼스타라고만 생각했던 티나 터너에게 가정 폭력의 경험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본인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은 몰랐다. <티나>는 티나 터너의 고백이 일종의 낙인처럼 그를 따라다닌 시간을 지나 티나가 남편의 성을 떼고도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당당한 뮤지션으로서 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런 파워풀한 작품들이 경쟁, 비경쟁 부문 할 것 없이 포진해 있다.
초대 짐페이스로 선정된 엄정화 배우 특별전도 초청작들의 면면과 궤를 같이한다.
그의 출연작 중 <호로비츠를 위하여> <댄싱퀸>처럼 음악이 중심에 있는 영화뿐 아니라 그의 대표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래밍했다. 특히 <싱글즈> 는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에 갇히지 않는, 당당하고 매력적인 동시대 여성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엄정화 배우의 행보와 잘 부합하는 영화라고 생각해 상영하게 되었다. 특별 전시 ‘짐프로드×짐페이스’를 비롯해 <댄싱퀸>과 <싱글즈> 상영 후 엄정화 배우와의 토크도 준비돼 있다.
한편 ‘한국영화사는 음악영화사다’ 섹션에서는 <반도의 봄> <청춘쌍곡선> 등 5편의 고전을 복원해 상영하고 포럼도 개최한다.
많은 분들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음악영화제인지 영화음악제인지 헷갈려한다. 그만큼 음악영화의 개념이 정리돼 있지 않다. 영화음악이 디제시스 밖에서 삽입되는, 영화에 들어가긴 하지만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요소가 아니라면 음악영화는 내러티브 차원에서 음악이 역할을 하는 영화다. 과거 한국영화는 대중가요 가사가 그 자체로 시놉시스가 되고, 뮤지션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이런 영화들을 관객에게 다시 소개하고, 영화사적으로 음악영화를 발굴하고 기록하며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한국 음악영화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도발적이지만 ‘한국영화는 음악영화사다’라는 이름을 붙여봤다.
이 밖에도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이 있다면.
‘한국 뮤지컬영화의 계보’ 기획전에서 상영하는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추천한다. 뮤지컬계의 큰 별인 차지연 배우가 공연한 뮤지컬 실황인데, 대작 뮤지컬 특유의 웅장함과 이 작품만의 실험적 서사, 독특한 무대연출이 영상에 잘 담겼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에 광복절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일제강점기를 조명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작품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언제 또 극장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공연이니 꼭 봐주셨으면 한다. <악녀>를 만든 정병길 감독이 프로듀싱하고 그 형인 정병식 감독이 연출한 <혐오의 스타>도 권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를 다루면서도 뮤지컬만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해외 작품 중 놓치면 아쉬울 영화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와 스파이크 리 감독의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칸 유토피아>. <데이비드 번의 아메리칸 유토피아>는 상영 후 데이비드 번과의 온라인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글 남선우 사진 백종헌